부드러운 가을빛이 남해안의 고도(古都), 통영에 내려앉던 날이었습니다. 11월, 부산디지털대학교 사진영상학과 아띠움 경남 모임은 정기출사라는 이름으로 통영의 서정적인 풍경 속으로 발을 들였습니다. 이번 출사가 유독 특별했던 건, 경남 모임을 넘어 학과 모임까지 함께하는 '연합 프레임'을 구성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여기에 학과대표의 든든함과 이진영 교수님의 깊이 있는 시선이 더해지니, 현장의 열기는 마치 갯바람에도 쉽게 식지 않는 필름 카메라의 셔터처럼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강구안의 시간, 동피랑의 색채
우리의 첫 렌즈는 강구안을 향했습니다. 잔잔한 물결 위를 부유하는 어선들은 단순한 피사체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흑백 필터로 걸러낸 듯 통영의 세월과 삶의 무게를 짊어진 정지된 서사(Still Narrative)였습니다. 낡은 항구의 고동색 구조물과 은빛 물결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우리는 존재하는 모든 것의 아름다움을 기록하는 사진의 미덕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이어 발걸음을 옮긴 동피랑 벽화마을은 강구안과는 또 다른 리듬을 선사했습니다. 채도가 높은 벽화들과 골목길을 밝히는 주민들의 따스한 미소는 프레임마다 생동감(Vitality)을 불어넣었습니다. 사진작가는 결국 빛을 담는 사람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행복한 감정의 색채까지도 셔터 안에 담아내는 축복을 경험했습니다.
정점은 동포루에서 맞이했습니다. 드넓게 펼쳐진 강구안과 시가지를 한눈에 품는 순간, 모두는 약속이라도 한 듯 잠시 셔터 누르는 것을 잊었습니다. 사진학적으로는 *와이드 앵글(Wide Angle)'로 담아야 할 웅장한 전경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시각적 기록이 아닌 마음의 기억에 먼저 저장해야 할 숭고한 풍경(Sublime View)이었습니다.
렌즈를 닫고 귀를 열다: 통제영의 메시지
두 번째 여정인 통제영에서는 우리는 사진가 이전에 역사의 여행자가 되었습니다. 조선 수군의 숨결이 살아 있는 이 공간에서, 우리는 렌즈를 잠시 닫고 문화 해설가의 깊이 있는 목소리에 귀 기울였습니다.
사진은 대상을 담아내는 기술이지만, 그 이면에는 대상에 대한 깊은 이해, 즉 인문학적 소양이 필수적입니다. 통제영에서의 이 짧은 '휴식'은 우리에게 사진의 본질이 단순히 구도와 노출이 아니라, 이야기를 읽고 공감하는 힘에서 나온다는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시각적 자극을 잠시 내려놓고 바람 소리와 역사의 이야기에 집중했던 그 시간이,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가장 큰 정신적 힐링을 선사했습니다.
가장 값진 인연, 셔터와 셔터 사이에
하지만 이번 출사의 가장 빛나는 피사체는 풍경도, 역사도 아닌 '사람'이었습니다. 경남 모임 회원들과 학과 학우들은 통영의 풍경 속에서 그동안 온라인 환경에 묵혀두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냈습니다. 셔터 소리가 하나의 리듬을 이루고, 그 리듬 사이사이로 웃음꽃이 피어났습니다.
'사람과 사진이 함께한 출사'. 이는 단순한 사교 활동(Social Activity)을 넘어, 공통의 열정을 가진 이들이 서로의 시각적 철학과 삶의 이야기를 나누며 더 큰 공동체를 형성하는 과정이었습니다.
통영에서의 하루는 결국 '기술보다 인연', '기록보다 배움', '프레임보다 힐링'이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아띠움 경남 모임의 다음 출사는 벌써부터 이처럼 따뜻하고 깊이 있는 인연의 셔터를 다시 누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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